'소셜 커머스'의 시작과 현재
2010년. 처음으로 국내에 '소셜커머스'라는 개념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2010년은 춘추 전국시대였던 국내 IT 업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던 해이기도 합니다. 포털시장에서 '네이버'가 검색점유율 70%에 이르며 독주체제를 달렸고,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이 급부상하며 2년 후, 2012년에는 NC소프트를 인수하기에 이릅니다. 이커머스 쪽에서는 이베이가 옥션에 이어 지마켓을 인수하고, 소셜네트워크에서는 싸이월드가 몰락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글로벌 네트워크의 장이 가속화됩니다.
국내의 '소셜커머스'라는 용어가 영어권에서는 'Deal-of-the-day'로 보다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글로벌한 'Deal-of-the-day'의 중심에는
그루폰의 창업자 '앤드류 메이슨(Andrew Mason)'이 있습니다.
Time지에 소개된 그의 경력을 보면1981년생인 Andrew Mason은 IT버블 시대인 2000년에 이미 Starbelly라는 그의 첫번째 회사를 $2억4천만에 팔았었습니다. Andrew는 2003년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웹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했으며, 2006년 시카고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단체소송을 위한 '더포인트(The Point)'라는 사이트를 만들기도 합니다. 사이트를 만든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휴대폰 계약을 해지하려던 Andrew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같은 일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2008년에 '공동(Group)'이라는 개념에 '할인(Coupon)'을 결합한 '그루폰(Groupon)'이라는 사이트를 설립합니다. 2013년 현재 3분기 실적이 6억 달러에 육박하며, 국내 2위의 소셜커머스 회사를 인수하기도 하지요.
바로 최초의 한국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입니다.
미국에서 소셜커머스의 성공을 지켜본 '신현성'이라는 1986년생 청년은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2년간 근무를 하다가 창업을 결심하고 2010년 5월 한국에 '티켓몬스터'라는 회사를 차립니다.
화려한 집안 배경이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국내 첫 소셜커머스 시장을 자신의 이름으로 열었다는 부분은 분명 IT업계에 큰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동기를 포함한 다섯명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창업 6개월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합니다. 신현성 대표는 늘 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아니었고 그로폰이라는 선점 글로벌 업체도 있었으나 좋은 팀으로 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시장은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집니다. 소셜커머스 시장의 경쟁 또한 소비자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또다 다른 소셜커머스의 등장은 소비자에게 반가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던전앤파이터'로 유명세를 탔던 전 네오플 '허민' 대표가
위메이크프라이스닷컴, '위메프'를 오픈합니다.
1976년생 허민 위메프 대표는 네오플 대표 시절 30억원의 빚을 지는 등 힘든 시절도 있었습니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던 도중, 2005년 '던전앤파이터'를 출시, 2008년 넥슨에 약 3800억원에 매각, 자신의 손에 약 2000억원을 거머쥐게 됩니다. 네오플 매각 후, 서울 대치동에 미래에셋 타워를 약 800억원에 인수해 신문에 떠들썩하기도 했지요. 사업 정리 후,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났다가 2010년 10월 위메프를 경영하며 다시 IT시장으로 복귀합니다.
위메프는 첫 오픈일인 2010년 10월 8일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10만장을 하루 만에 완판하며 일 매출 15억원을 달성합니다. 당시 3만 8천원짜리 자유이용권을 1만4900원에 제공하는 '슈퍼딜' 개념으로 사람들에게 위메프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습니다. 2013년 현재 위메프는 월매출액 850억원, 회원수 900만명, 직원수 800명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이승기씨와 이서진씨가 지상파 TV 광고에서 위메프의 '절대우위'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창립 시기는 위메프보다 다소 빨랐지만, 아직 시장에서 조용히 누워 있던 또 하나의 회사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소셜커머스 1위인 '쿠팡'입니다.
1978년생으로 하버드대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김범석 대표는 커런트, 빈티지미디어 대표를 거쳐 2010년 8월 10일 직원 7명과 함께 '쿠팡'을 오픈합니다. 김범석 대표의 가치관에는 '마라톤' '거북이' 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는 소셜커머스가 단순히 트랜드가 아니며 단순히 쿠폰을 파는 사이트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쿠팡은 하나의 플랫폼이며 한국형 소셜커머스를 다지는 기반이라고 합니다. 쿠팡은 초기에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꾸준한 성장으로 현재 명실상부 소셜커머스 1위 업체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한국 시장의 잠재 가치가 커지자, 드디어 소셜커머스의 원조인 공룡
그루폰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루폰의 2010년은 그야말로 황금기였습니다. 야후의 20억 달러, 구글의 60억 달러 인수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CEO를 이사로 영입하며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섭니다. 한국에서는 첫 기획형 인큐베이터인 로켓인터넷코리아의 대표였던 황희승, 윤신근 대표와 그루폰 독일의 칼 요셉 사일런 대표, 이렇게 공동 대표 3인으로 2011년 3월 '그루폰 코리아'를 출범합니다.
미국 애틀란타 소재 에모리 대학교 수학과 동기생인 황 대표와 윤 대표는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루크리에이티브를 공동 창업하며 연을 이어 왔습니다. 자본 규모의 한계를 느끼며 루크리에이티브가 빛을 보지 못하자 로켓인터넷에 몸을 담습니다. 그 후, 로켓인터넷이 독일의 소셜커머스 회사였던 시티딜을 인수하고 그루폰 독일을 설립하며 성장하자 그루폰 한국의 대표직 제안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티몬과 위메프에 수백원의 인수 제안을 하는 등 효과적인 한국 진입을 고려하였지만, 성사되지 않자 200~300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본사 인력을 파견하며 한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미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 익숙한 한국 업체를 상대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소셜커머스 시장에 많은 도전자들이 생깁니다.
빅 4 외, 데일리픽, 슈거딜, 헬로디씨, 쇼킹온 등 다양한 벤처회사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셜커머스 시장 가치가 높아지면서 많은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음(Daum)은 '다음소셜쇼핑'을 만들고 KT도 'KT커머스'를 만들었으며, 신세계는 '신세계몰 해피바이러스'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부작용들도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5촌 조카이며,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구단주대행 신동인 사장의 아들인 롯데가 3세 신형근씨도 정보기술(IT)서비스회사 케이코하이텍을 인수한뒤 자회사인 케이코(구 지아이코리아)를 통해 '엔젤프라이스닷컴(angelprice.com)'을 준비하였습니다. 하지만, '상품 공급' 거짓 약속, 투자금 횡령 등에 따른 법정 싸움이 시작되며 사이트는 오픈도 하지 못합니다.
위기 의식을 느낀 기존 대형 소셜 업체들은 TV광고와 포털 광고를 통해 마케팅을 시작합니다.
광고를 통한 대규모 고객 유치가 '대형화된 공구'라며 기존의 소셜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렸지만,군소업체들은 무너지고 대기업들의 진입도 실패하며, 쿠팡, 티몬, 그로폰코리아, 위메프의 4강 체제가 계속 이어져 갑니다.
2010년 연 500억대의 소셜커머스 시장은
2013년 현재 국내에서 연 3조원 시장으로 성장하였습니다.
2013년 7월 허민 대표가 떠나면서 위메프는 박은상 대표 단독 체제로 돌입합니다.
2012년 5월 로켓인터넷의 올리버와 마크 회장이 그루폰에서 물러나며 황희승 대표 역시 그루폰 코리아의 대표직을 사임합니다. 같은해 7월 김홍식 대표가 선임되었으나, 윤신근 전공동대표, 최선준 전 부사장 등 임원진이 대거 퇴사한 이후 부진한 실적은 계속됩니다.
2011년 미국 내 2위 소셜커머스 업체인 리빙소셜은 티몬을 매입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실적 부진을 거듭하면서 자금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며, 티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합니다. 그러나 부채(1070억원)가 총 자산(357억원)보다 700억원 많은데다, 매출액(815억원) 대비 인건비(493억원) 비중이 60%에 이르는 등 IPO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증권업계에서 제기되며 기업공개에 실패합니다.
2013년 3월에는 그루폰 본사에서는 앤드류 메이슨 최고경영자(CEO)를 경질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2013년 11월 현재 에릭 레프코프스키 그루폰CEO는 결국 '적을 이길 수 없다면 동지'로라는 전략으로 티몬을 인수합병하기로 결정합니다.
이제 소셜커머스 국내 시장은 쿠팡과 그루폰+티몬이라는 2강 구도에 시장 최고자리를 꿰차려는 위메프의 약진이 예상됩니다. 빠르게 성장한만큼 빠르게 정리될 것이며 결국 소비자를 충족시키는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도퇴될 것입니다.
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파도가 이들을 집어삼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